2008/01/22 11:48

잃어버린 10년, 그 세뇌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자 조선일보에서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아마 제목을 보건데 시리즈 물로 나올 예정인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노무현 정권 역주행 5년'이라는 타이틀 아래 나올 연재기사의 첫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시작입니다. 보수 언론과 방송, 그리고 보수 지식인들은 본격적인 세뇌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 세뇌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지난 10년에 대한 철저한 부정,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소위 진보 개혁세력에 대한 영원한 패배자와 무능의 낙인입니다.


2007년 대선을 맞이하면서 진보진영의 2007년 대선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2가지로 갈렸습니다. 한 편은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기정 사실화 하면서 이번 기회에 개혁세력이 철저하게 깨지더라도 선명한 가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지난 10년간 개혁세력이 만들어놓은 사회 시스템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스스로 친노라고 이야기하는 많은 이들이 이런 입장에 서 있었고, 사회의 많은 진보성향의 지식인들도 이러한 입장이었습니다. 스스로들이 이룩해놓은 시스템과 사회 환경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던 겁니다.

또다른 입장은 이번에 진보개혁진영이 집권을 하지 못하게 되면 지난 10년간의 우리가 이루어놓은 성과들은 물거품이 되고 모두 부정당할 것이다. 사회를 개혁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쉽다. 한가하게 2012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이번에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빼앗기게 된다면 그것은 한나라당 장기 집권의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대통합 민주신당에 포함된 정치인들과 신당을 지지했던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대선이 끝났습니다.

한나라당은 승리햇고 범 개혁진영은 사분오열한 끝에 패배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모두 자신들의 잘남만을 이야기했고 대통합민주신당내에서도 패배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경선을 부정하고 선거를 나몰라라 한 집단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입버릇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정권 바뀌어도 우리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은 안무너진다. 5년 야당하고 그 이후에 정권 되찾아오면 된다"

스스로의 정치적 이익과 이득을 위해 내세운 가치들을 앞에 세워둔 채 서로의 탓을 하기 바빳고 그 결과 한나라당은 이전 선거에 비해서 압도적인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2008년이 되었습니다.

이명박 인수위는 질풍노도처럼 그간 진보개혁진영이 쌓아온 결과물들을 부숴내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운하 공약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제, 금융, 교육, 복지, 통일... 사회 전 부분에 걸쳐서 지난 10년간 진보개혁진영이 추구해온 아젠다와 가치는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시스템은 파헤치고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IMF구제금융을 초래했던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막아내기 위해 만들었던 출총제와 금산분리는 이명박 인수위의 첫번째 타도대상이 되었습니다. 3불 정책으로 대표되던 평준화 교육 정책은 자본 위주의 자사고 중심 육성 정책으로 뒤바뀌었습니다. 통일부는 폐지될 예정이고, 첨단 기술 육성의 주무 부서였던 정통부와 과기부는 경제 부처로 흡수 통합되었습니다.

방송과 신문의 통합을 위한 법률 개정이 이야기되고, 방송위원회와 인권위원회는 대통령 산하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 세력은 일제히 정치권 진입을 천명하고 있고, 시민사회는 이명박 인수위의 수많은 정책들에 대해서 이렇다할 힘도 쓰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영 방송과 거대 보수 신문사에서는 연일 이명박 찬가를 틀어대고 있고, 비판적인 언론들에는 벌써부터 재갈이 물려지고 있습니다. 각 언론사와 광고주들의 성향이 조사되고 있고, 개혁진영에 우호적이었던 공무원들은 물갈이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산본신도시를 설계하고 인사동 거리를 설계했던 도시설계전문가 김진애씨를 얼마전에 우연한 기회에 만났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지난 10년에 대한 철저한 부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시스템을 믿었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인 것을 몰랐던 것이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2007년에 그렇게 반 한나라당을 외쳤던 이유도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시스템은 사람이 만듭니다.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붕괴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입니다. 더구나 그 시스템이 사회구조화되어있지 않고 사회 기득권의 저항 속에서 간신히 뼈대를 만들어가고 있던 상황이라면 그 시스템의 붕괴는 더욱 더 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 시스템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시스템은 정부 권력에 의해 구성됩니다. 부정하고 싶더라도 그것이 현대 사회의 실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을 시민이 선출하기 때문에 현대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인 것입니다.

2007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이명박을 권력의 핵심으로 선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은 지난 10년간 민주화세력이 이룩해놓은.. 언뜻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오던 그 구조를 깨부시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그렇게 시스템을 맹종하던 청와대 386들과 자칭 친노세력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패배를 당연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는 지를 말입니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고 보수 세력의 뿌리깊은 사회 기득권에 대해 무시하고 자신들의 상상속에서만 사회를 공상했던 그 오판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할 수 있는 지를 말입니다.

냉혹하고 정치논리에 빠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저는 확고합니다.

권력을 가지지 못하면 사회 개혁은 이룰 수 없습니다. 정당한 정치 권력조차 획득해내지 못한 채 입으로만 펜으로만 비판만을 일삼는 것은 보수 세력의 득세를 도와주는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4월 총선이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4월 총선에서 모두가 2007년 대선처럼 분열한 채 한줌의 힘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들의 옳음 만을 이야기하면서 꿈같은 공상을 읊조린다면 진보개혁세력은 철저하게 패배할 것이고 그 결과에 힘입어 지난 10년은 더욱 더 철저하게 부정당할 것이고 국민들은 보수 세력의 읊조림에 세뇌당할 것입니다.

4월 총선에서 힘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정면으로 앞에 내세운 채 한나라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진보개혁세력이 다시 서게 된다면 최소한의 진지 속에서 다시금 진보개혁세력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저들의 프로파간다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선택에 있어서 어떤 선택에 제 눈앞에 펼쳐지게 될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전 후자의 편에서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그것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저들의 프로파간다에 몸서리치는 제 본능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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