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9 15:13

5.18의 의미를 모르면 망월동을 가지 마세요.

어제 5.18 28주년 기념식이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열렸습니다.

그동안 참가를 과연 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여부는 결국 참석으로 결론지어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마쳤습니다.



이제 5.18기념식이 국가적인 기념식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에서 전 이명박 대통령의 어제 5.18 기념식 참석을 환영하는 편입니다.

소위 민주화세력이 집권을 하지 않더라도 5.18 기념식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석을 한다는 점. 그 하나를 위해 이제까지 싸워온 수많은 선배들의 노고 때문이더라도, 이제 5.18을 이야기하고 5.18을 기념한다는 것이 국가의 수반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5.18기념식이 정말 참석하고 싶어하고 참석해야 하는 분들이 참석 못하는, 소위 유명한 사람들이 몰려와서 기념식을 행하고 정작 5.18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어하는 분들이 참석못하는 그러한 기념식이 되야 한다는 것에까지 찬성한 것은 아닙니다.

5.18의 진정한 의미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지도 않은 채 그저 국가적인 기념식이니 의례적으로 참석해서 눈 몇번 감고 노래 한두번따라부르는 것에 의미를 가지는 그런 사람들이 참석하기를 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18 기념식에 이게 어울릴법한 풍경인가요?



어제 5.18 기념식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제가 우려하고 있던 부분이 그대로 일어난 것 같습니다. 광주 망월동 묘지 주변을 수십대의 전경버스가 둘러싸고 수천명의 경찰들이 입장객의 신원조회를 하면서 5.18을 맞아 광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 위해 찾아온 수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합니다.



심지어 구묘역에서 참배를 하고 신묘역으로 넘어가려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를 비롯해 민주열사 유족들의 참배길이 첩첩이 늘어선 전투경찰 앞에서 막혔다고 합니다. 기념식에 초청받았다는 초청장을 보여줘도 경찰들의 길막음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앞에서 자신들이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다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 "대통령 각하께서 참석하신 행사니 혹시라도 불온한 행동을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출입을 봉쇄하라"라는 명령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겠지요.

다른 행사장이라면 그래도 이해하려고 하겠습니다. 국가수반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엄중한 경호인력이 배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 그곳은 5.18에 희생당한 분들이 묻혀있는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였습니다. 독재에 맞서, 옳지 않은 것에 맞서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서 싸우다가 돌아가신 광주의 혼이 묻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을 권력자의 안전함때문에 제대로 참배도 못하게 만들다니요...

정말로 광주를 알고 5.18을 알고 그 의미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광주 묘역을 전경차로 둘러싼 채 그 안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런 짓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로 광주의 의미를 아는 자라면 자신에게 항의를 위해 찾아온 국민이 있을지라도 그 국민과 이야기를 하고 그 국민과 함께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광주를 참배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에 비난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광주의 의미를 모른다면, 5.18의 의미를 모른다면, 그 죽음의 숭고함을 모른다면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그 영혼들에게 정말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망월동은 이런 곳이 아니야. 당신네들이 막을 장소가 아니야. 당신네들은 부끄러워서 못 올 데가 이 곳 망월동이야. 길을 열어.”
라고 이야기하신 이한열 열사의 어미님 배은심 여사의 외침처럼 정말로 부끄러워 해야할 사람들이 정작 광주 망월동을 지켜야 될 사람들을 내쫓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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